일본 편의점에서 도시락이 잘 팔리면, 점주에게도 좋은 일일까요.

a plate of food

매출이 오르면 수익도 오르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일본 편의점 계약 구조 안에서는, 매출이 늘어도 점주 손에 남는 돈이 줄어드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매출보다 중요한 숫자

일본 편의점의 다수 가맹계약은
粗利分配方式(소리분배방식, 매출총이익 기준 배분)
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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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이 아니라, 매출에서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을 기준으로 본사 몫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언뜻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있습니다.

도시락과 주먹밥 같은 즉석식품은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팔리지 않으면 폐기해야 하고, 폐기한 상품의 원가는 점주가 대부분 부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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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오르면 본사 몫은 늘어나고, 폐기 손실은 점주 몫으로 남는다.

폐기 음식, 누가 책임지나

이 구조가 오래 방치된 건 아닙니다.

2009년, 세븐일레븐 재팬은 가맹점의 할인판매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자국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배제조치명령을 받았습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해서라도 팔려는 점주를 본사가 막아왔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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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수면 아래 있던 구조적 모순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계기가 됐습니다.
신규 출점이 곧 성장이던 시절엔 본사와 점주 모두 팽창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었고, 차지 비율 논쟁은 크게 불거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세븐일레븐은 폐기 상품 원가의 15%를 본사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추정치로는 나머지 85%가 점주 몫으로 남은 셈입니다. 저항의 결과는 절충에 그쳤고,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a group of boxes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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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공정거래위원회 편의점 가맹점 실태조사 대상 점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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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지침은 본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할인판매를 막아 상품이 폐기되도록 하는 행위가 독점금지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본사는 어떻게 수익을 지키나

점주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동안, 본사 수익 구조는 다른 방향으로
설계되어 왔습니다.

세븐일레븐 재팬은 편의점 안에서 파는 상품만으로 수익을 만들지 않습니다. 세븐은행 ATM 수수료, 공공요금 납부 대행, 택배 수취 서비스 같은 비유통 서비스가 매장 방문을 끌어오는 구조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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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상품도 핵심입니다. 세븐일레븐 재팬의 식품 카테고리에서 PB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45.9%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품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자체 브랜드 상품이라는 뜻입니다.

Groceries are being scanned at a supermarket checkout

PB 상품은 마진 구조가 다릅니다. 제조사에 납품가를 지불하는 일반 상품과 달리, 기획·유통 전 과정에서 본사가 원가를 직접 통제할 수 있습니다.

점주 입장에서는 진열해야 할 상품 구성을 본사가 정하고, 그 상품을 팔아줄수록 본사 마진이 두터워지는 구조 안에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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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이후 본사가 선택한 것

2019년, 일본 편의점 전체 점포 수가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5만 점포 한계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오래 경고됐던 포화가 숫자로 드러난 해였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도보권 안에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 두세 곳씩 겹치는 상황이 일반화됐고, 신규 출점만으로 성장을 만들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본사들이 선택한 방향은 기존 점포에서 더 많은 것을 뽑아내는 쪽이었습니다. 고품질 신선식품을 자주 납품해 객단가를 올리고, PB 상품 개발로 마진을 높이고, 온라인 주문 결제와 상품 수령 거점으로 기능하면서 방문 빈도를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2026년에 들어서며 신규 계약에서 세븐일레븐의 폐기 원가 본사 부담률이
15%에서 50%로 높아지는 변경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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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를 알면 보이는 것

일본 편의점은 겉으로 보면 동네 슈퍼의 진화형처럼 보입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ATM과 PB 상품과 택배 수취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인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점주는 그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본사는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여러 수익 흐름을 설계하는 쪽입니다.

점주의 어려움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계약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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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고를 때, 그 도시락이 누구의 브랜드인지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그게 보이기 시작하면, 일본 편의점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